함사시오 함사시오

콜렉터R
2024-09-04

‘함사시오’ 함사시오’

[어느날 멸망이 우리집으로 들어왔다] 라는 드라마에 새신랑이 함을 파는 장면이 나온다. 멸망이는 현실세계에서 멸망하고 없어지는 것들을 바라보는 신과 같은 존재인데, 주로 사람이 죽거나 사고가 나고 존재하던것이 없어지는 장면을 구경하러 다니는 역할을 한다. 


멸망이는 어느 시골 동산에 올라가 함을 파는 장면을 본다.

언덕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멸망과 여주


멸망: (쓸쓸한 표정)


여주: (신난 듯한 표정) 나 함 파는 거 처음 봐,

아직도 있구나, TV에서만 봤는데.


멸망: 멸망해가는 중이야.

숨이 붙어있는 것만 죽는 게 아니니깐.

저런 것도 죽어.

매일 같이 보던 것들을

어느 날 다시 볼 수 없게 돼.

그걸 지켜보는 것도 내 일이야.


압축해서 설명하자면 이 장면에서 느껴지는 측은함. 그런 압도되는 마음이 내가 아롤렉트에 합류하게 된 계기다. 누군가는 오글거리는 SF소설의 한 장면 정도로 여겼겠지만, ‘멸망' 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표현되는 수많은 사라져가는 것들이 나와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다.


실제로 시장을 돌며 더 이상 찾는 이가 없어 생산을 멈춘 비단, 모시, 소창 등 우리식 섬유들을 보았고, 기술을 전수 받을 사람이 없어 문 닫는 전통방식 공장들이 참 많다는 걸 알았다. 보통 대체재가 많아져서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 했던게 사실이지만, 이것들이 사라져 가는 것에 치러야할 사회적인 대가가 뭘지 고민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동반 되는 건 우리주변에 없어지는 것은 단지 예전에 쓰던 비디오 플레이어나 빨간내복과 같은 단위일 수도 있겠지만, 비디오를 같이 보며 자랐던 동네친구들과의 추억. 그리고  빨간내복에담긴 부모에 대한 ‘효' ‘액운’ 과 같은 정서감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물건을 값어치로 여기는 마음보다 그걸 샀던 때에 들었던 마음, 같이 쓰는 사람들, 그 물건에 깃든 의미가 더 ‘어치’ 있는 것 아닐까?


콜렉터 R로 아롤렉트에 합류하면서 내가 마음 쓰는 정서감을 물건, 그리고 콘텐츠로 표현해낼 생각이다. 모든 인간과 물건에는 그 의미가 있고 고유한 본질이 아름답듯. 우리가 느끼는 본질을 꽁꽁 다져 ‘아롤렉트의 고유함’으로 다시 또 탄생하는 과정을 기대해 주시길 바래본다. 우리의 함에는 뭐가 담길까?